미분과 적분을 동시에 배워본 적이 있는지? 나는 있다. 


 제가 다니던 과학-심화-고등-교육-학교에서는 미분과 적분을 한 학기에 다른 선생님이 동시에 가르치셨습니다. 미분을 거꾸로 쌓아올리는 것을 적분이라고 한다면 저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허물고 쌓아 올리기를 동시에 반복했던 겁니다. 지난 2주간 <기타는 왜 들고 다녀?>도 비슷한 상황이라 그때의 곤란함이 떠올랐습니다. 원고를 작성하고, 교정을 보고, 사진을 선별해서 글과 함께 배치하는 것이 책을 만드는 과정이라면, 그 모든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어떤 파트는 원고를 작성하는 중이고, 일부분은 교정중에 있으며, 사진은 완전히 선택되지 않은... (사실 최종 원고를 오늘에서야 다 받았습니다. 이건 정말 반성해야 할 일이고 반성하고 있어요.) 원고를 다 끝낼 것. 그리고 이미지를 다 골라낼 것. 그리고 교정을 볼 것. 그 다음에 책으로 얹을 것. 서로 기분 좋자고 '하는데로 넘겨주면 이어서 할게요' 라는 나이브한 태도로는 꼼꼼한 결과물이 나오기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배운 2주였습니다. 


 그동안 편집 디자인을 하면서 '타인의 텍스트로 책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독립출판 작업을 하면 혼자서 한다는 것은 부담이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자유로울 때도 많았습니다. 내 것이 온전히 들어간다는 점에서 만족도도 높고요. 그런데 처음으로 타인의 텍스트로 작업을 하면서, (대부분 공감하고 즐겁게 보면서 작업하지만) 중간중간 '엇 이런 부분은 조금 과한데...' 하면서 멈짓멈짓하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문장으로 풀어쓰자면 조금 유치하긴 하지만, 원 저작자의 결과물을 존중하면서 거기에 내 디자인을 맞춰나가야 된다는 것, 그게 협업의 시작이구나, 라는 걸 배운 2주였습니다. 반대로 편집 디자인을 통해 디자이너의 생각도 원 저작자의 결과물에 반영되고 있을테니까요. 역시 쓰고나니 좀 유치하고 뻔하고 그렇네요ㅎㅎ


 그 밖에도 원격으로 소통해야 하고 각자의 스케줄들이 있는 와중에 미룰 수 없는 데드라인(개강, 입대)이 있어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불같이 달리고 있고요. 원고의 3/5 정도가 책으로 얹어졌고 주중에 나머지 부분들도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 벌써 300페이지가 넘었으니 상당한 볼륨의 책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책등에 책 이름을 프린트하는 책은 처음 만들게 되는지라 조금 흥분되네요. 책장에 책 꼽아놓으면 얼마나 신날까ㅎ 원고 작업을 하면서 AC/DC 파트에서 감동을 받으면서 과연 어떤 음악일까 궁금했지만, 공연장과 관객 사진 속 무서운 옷을 입은 아줌아저씨들의 분위기에 압도당해 음악을 들어보진 못했습니다. 사실 듣던 노래만 듣고 잘 찾아듣지 않는 성격 때문에... : )


 저는 <Midnight in Paris> OST를 들으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 음악도 어떤 방식으로 책에 녹아들고 있는 걸까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PS. 책 제작을 돕고 가장 먼저 받아보실 수 있는 텀블벅 후원은 오늘 자정까지 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어떤 책이 만들어질 지에 대한 설명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첫 문장은 하루키의 수필집에 나오는 '아이슬란드에 가본 적 있는지? 나는 있다.'는 표현을 활용해봤습니다.

참고로 저도 아이슬란드에 가본 적 있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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