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촌에서 우연한 소개로 가가린(@gagarinusedbook)을 방문한 것은 아주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사적'이고 '소소한' 글/이미지도 책이라는 형태로 묶일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내 손으로 잡지나 책을 직접 만든다는 것은 디자인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시작된 로망이어서 친구들과 여러 번 의욕에 불탔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 매번 흐지부지되곤 했습니다. 디자인을 공부하다 보면 '그럴듯한 스케일'과 '센스있는 때깔'에 대한 의무감 때문에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오류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프린트 본을 스테이플러로 찍은 책, 서류철 방식으로 손수 엮어낸 책들을 보면서 중요한 것은 '아무튼 내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노력' 같은 게 아닌가, 나는 그 때깔인지 허세인지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구나, 하는 반성을 했습니다.

 자가출판 프로젝트는 몇 가지 목표를 가지고 출발합니다. 1.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손에 잡히는 물성의 책으로 만들어본다 2. 출판인쇄를 위한 편집디자인과 소량제본에 대한 경험을 쌓는다 3. 기념 제작이 아닌 자가출판시장을 통해 유통/판매하는 경험을 해본다. 그러나 역시 이 프로젝트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는, 아무리 누추하고 허술한 결과물이 나올지라도 일단 시작 해 본다는 '딴짓의 정신'에 있다고 하면 너무 갖다 붙이기일까요? 

 처음에는 '딴짓 프로젝트'의 내용을 가지고 책을 엮어 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정립되는 데 시간이 들 것 같아 (네. 민망하게도, 블로그 표제작이 '딴짓 프로젝트'이지만 이 프로젝트는 아직도 머릿속에서 굴리는 중입니다.) 그전에 제가 만들어 놓은 콘텐츠로 책을 엮어보려고 합니다. 바로 2009년에 여행했던 '아이슬란드 여행기'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썼던 글 중에 책을 쓰듯 긴 호흡으로 집중력 있게 썼던 사적인 글이면서 여행기였고, 생각보다 많은 분이 좋게 읽어주셨다는 점에서도 책으로 만들어 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책을 만드는 것이고 동시에 책을 만드는 경험을 기록해 놓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산업디자인 전공 주제에 편집디자인을 제대로 해 본 적도 없고, 링제본이나 떡제본 말고는 뭘 엮어 본 적도 없거든요. 한마디로 아예 처음부터 들이대는 겁니다. 그래서 신나요! 8월 말 사소한 스튜디오(@sasohanstudio)의 전시회에서 첫선을 보이고 (가능하다면) 자가출판 책들을 판매하는 서점을 통해서 판매도 해보고 싶습니다. (아마, 기숙사에 몇십 권 쌓아두고 지인들한테 강매하거나, 무한도전 보면서 먹을 컵라면 덮개로 쓰게 될 것 같아요. 그게 더 현실적인 결말이죠...ㅎㅎ) 어찌 됐든, 재미있을 거 같지 않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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