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젝트의 목표 

1.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손에 잡히는 물성의 책으로 만들어본다. 
2. 출판인쇄를 위한 편집 디자인과 소량제본에 대한 경험을 쌓는다.
3. 기념 제작이 아닌 자가출판 서점을 통해 유통/판매 하는 경험을 해본다.

서촌에서 우연한 소개로 가가린 서점을 방문한 것은 독특한 경험이었다. 이렇게 '사적'이고 '소소한' 글/이미지도 책이라는 형태로 묶일 수 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 손으로 잡지나 책을 만든다는 것은 디자인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시작된 로망이었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 매번 흐지부지 되곤 했다. 디자인을 공부하다 보면 '그럴듯한 스케일'과 '센스있는 때깔'에 대한 의무감 때문에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오류를 저지르기도 한다. 프린트 본을 스테이플러로 찍은 책, 서류철 방식으로 손수 엮어낸 책들을 보면서 중요한 것은 '아무튼 내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노력' 같은 게 아닌가, 나는 그 때깔인지 허세인지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구나, 하는 반성을 했다.
(2011/07/05 04:03)

소규모 자가출판 서적들을 유통하는 몇몇 서점 (유어마인드, 더북소사이어티, 가가린 등...)을 팔로우하다가 몇몇 서점에서 문의도 받아 주신다 길래 낼름 이것저것 여쭤봤다. 소규모 출판은 300~500부 정도(엄청 많다). 근데 일반 인쇄소에서는 너무 소량이라 잘 취급 안 해준다고, 소규모 인쇄도 잘 해주신다는 모 인쇄소를 추천해주셨다. 일단 서점측의 조언을 받아 책 만들기에 돌입했다. 지난 2009년에 아이슬란드를 다녀와서 썼던 여행기로! 아무래도 가장 공 들여 썼던 글이고 사람들의 반응도 좋아, 책을 통해 소통할 의미가 있는 글이 아닐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A4 국배판 8절 210X297
A5 국판 16절 148X210
A6 국반판 32절 105X148
B4 타블로이드 8절 254X374
B5 4X6배판 16절 188X254
B6 4X6 판 32절 128X188
AB 와이드판 210X257
AB 크라운판 176X248

/ 인쇄소에 전화+방문해서 알아낸 것!

4도인쇄 필름으로 찍어내면 조낸 비싸다. 잘 팔지 못할 책이나(난데...) 상그지(난데...)는 PDF를 바로 plate에 얹어 인쇄하는 CTP방식이 돈을 삼분의 일 정도 절약할 수 있다!!! (광고아님) 오프셋인쇄 배워보고 싶었는데... 근데 난 돈이 없으니까 가뿐하게 CTP로 전환. 부수를 줄이고 돈을 아끼고 싶었는데 기본이 300여부라고, 200부로 낮춰도 종이값으로 10만원이 채 안 빠진다고 하셨다. 헐...

/ 인디자인으로 작업시,

기본판형을 지키는 것이 종이낭비를 줄여서 돈이 아껴진다! (근데 46전지는 판형 지켜도 여유분 때문에 장수 늘어단다는 말도 있고... 모르겠다 ...ㅠ) 제본여백 (제본될 안쪽으로 공간 주는 것) 3mm (이거 잘 줬다고 칭찬받았다ㅋㅋ 학교에서 잘 배웠다고. 전무님이 전화로 알려주셨잖아요...), 상하좌우 마진 (제본 절삭시 미세한 차이 보정) 3mm씩, 사진은 300dpi권장 (실제로 250dpi이상이면 차이 적다는 사람 도 있고.. 사실 종이 질에 좌우되는 인쇄선수에 따라 권장 DPI가 다르다는데 가난한 CTP는 그런 거없고 그냥 300인듯...), PDF출력시 Press Quality에서 Marks and Bleeds > Marks > Crop Marks 랑 Bleed and Slug > Use Document Bleed Settings 선택 안 해주면 담당자분이 약간 답답해하심 (USB를 꼭 준비해가자..없다고 허둥대다가 핸드폰 외장 메모리에 담아드림-_-)

진짜 중요한거! 
결제는 발주하면서 절반, 책 받으면서 절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비싼 제작비에 신나게 만든 200페이지짜리 책을 엎어버렸다. 헉 4일 안에 인쇄 들어가야 되는데..; 조언을 해 주신 서점에서는 지금 견적으로는 위험하다고 했다. 한 책이 한 달에 (많이 팔려 6권이 나가도) 5개 서점에서 한 달간 30권이고 그렇다면 200부는 약 7개월 , 300부는 약 10개월에 걸쳐 판매될 거다. 물론 제작비와 수익도 10개월에 걸쳐 받는다. 유통비용도 제외해야 한다... 도대체 자가 출판을 직업으로 삼는 작가나 디자이너들은 뭘로 먹고 사는 거지?

그러니까 사실, 가가린에서 자가출판 책을 보고 내가 흥분한 것은, 그 책의 신선함보다도 그런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자립적인 방식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혹은 자신의 마음이나 취향)을 표현하면서, 아주 극 소수지만 독자와 명확하게 소통하면서 세상에서 살 수 있구나. 뭐, 그런 거.

그런데 현실은 되게 냉혹했다. 나도, 내가 지금 가진 돈으로는 이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서점에서는 책을 96페이지 이내로 줄이거나, 3부로 나눠 발간하라고 조언해주셨다. 페이지를 반으로 줄이는 것은 종이에 사진과 글을 우겨넣는 것이라 몇일을 시도하다 포기하고 (그리고 그렇게 만든 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3부 발간으로 방향을 틀었다. 뭔 책을 3부로 나누냐~ 싶지만. 이렇게 해서 소규모 출판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책을 받아들고, 기쁠 줄 알았는데 당혹감이 밀려왔다. 너가 작가냐? 무슨 근자감이냐? 자의식 쩌네... 글과 사진을 팔아보겠다는 것, 그러니까 ‘자신의 사적인’ 글과 사진이 누군가에게 소통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는 점. 그리고 돈이 투입되어 물건을 만들어 시장(심지어 취향과 작가 개인의 성향에 집중되는 소규모 자가 출판 시장일지라도)에 내놓는다는 것. 그건 되게 어렵고 무서운 일인 것 같다. 비현실적인 용기랑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하고.

이 책은 사소한 전시를 거쳐, 전국의 소규모 출판 서점에 유통을 해 보려고 한다. 그때까지 견뎌야 할 ‘자의식 쩌네’의 무게와, 돈이라는 현실과 개인적인 취향이 엇갈리는 소규모 출판세계에서의 반응을 통해 또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WorldofDDanjit
world-of-ddanji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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