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텀블벅 소셜펀딩


예정에 없던 시리즈 출간으로, 2권과 3권의 제작비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 는 1권의 인쇄 시점부터 스트레스였다. 소셜펀딩도 생각했지만, 책이 자가출판 시장 안에서 판매되어 수익금으로 다음 책을 제작하는 온전한 사이클을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펀딩을 받을 만큼 쌓아놓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책을 만들겠다고 돈을 달라고 하면 나라면 지갑을 열까?


텀블벅에 후원 글을 작성하는 데만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들었다. 무엇이든 작성할 수 있는 텍스트 박스 안에 이 프로젝트의 의미와 결과물 그리고 성실함을 지루하지 않게 담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나중에 ‘왜 그렇게 저 자세로 쓰셨어요’ 라는 이야기도 들었던 걸 생각해보면 겁을 많이 먹었나 보다. 사실 나는 자의식 폭발일까 봐 겁이 났었다. 


근데 뭐, 

책을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폭발이었다ㅋㅋ


과연 사람들이 후원할까, 나조차 의심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이 후원을 해 주셨다. 후원이 이루어질 때마다 실시간으로 메일이 왔는데 지인이 후원 명단으로 올라갔다는 이메일을 받을 때면 얼굴이 화끈해졌고, 모르는 분들이 후원할 때면 그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나요? 왜 후원을 했나요?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프로젝트 창작자와 후원자들 사이에서 가능하다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ICELAND TRAVEL BOOK MAKING


프로젝트 시작일: 2012년 1월 31일

목표금액: 700,000원

프로젝트 마감일: 2012년 3월 15일 (30일)


제시한 리워드

: 책, 엽서, 포스터, PDF 파일, 제작 경험 공유


최종 후원자 수: 54명 (평균 25,000원)

최종 후원금액: 1,362,600원 (194%)


실제 후원자 수: 49명 (-5명)

실제 후원금액: 1,062,469원(-300,131원)




다음 주 랩 세미나 발표도 있고 해서, 당분간 서울에 올라가기가 어렵지만, 후원받으면서 한 약속이 있어 이번 달에 책이 꼭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몇 가지 일이 겹쳐서 작업속도가 올라가지 않았는데 서울에 올라갈 수 있는 마지막 날인 오늘(아니 어제)이 다가와서 정신적으로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화요일에 해야 할 일들을 빠르게 처리하고 저녁부터 작업에 착수했는데, 자정을 넘어가면 늘어지는 습관이 어김없이 발동해서 결국 아침 일곱 시 반까지 작업 했다. 시간 내에 할 수 있을까 하는 긴장과 밤샘으로 인한 몸의 망가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무리 쥐어짜도 서문에 딱 맞는 이야기가 없어 시간만 보내다가 결국 포기하고 서울에 올라가서 쓰기로 했다. 딱 한 시간 잘 수 있었는데 자다가 못 일어나서 오늘을 공칠까 봐 무서웠지만, 너무 피곤해서 결국 침대에 누웠다. 다행히 몸이 긴장해서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날 수 있었다.


아침 열 시 반 버스를 타고 서울에 와서, 대한극장에서 책의 서문을 작성하고 인쇄소에 갔다. 한 시 반부터 다섯 시 반까지 네 시간 동안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인쇄감리를 봤다. 종이를 선택하고 발색을 확인하고 판단하는 순간은 긴장되고 어렵다. 학교에서는 이런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포스터를 인쇄한다면 종이는 몇 그람이 적당하며 코팅은 어느 정도 되어있어야 좋을 것인가. 희미하게 기억 속에 있는 수많은 포스터들의 질감과 무게감을 떠올리며 순간적으로 판단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색 확인도 그렇다. 이게 마젠타가 강한 건지 먹을 더 때려야 하는지 그냥 컬러바만 보고 OK 하면 되는지 모르겠다. 또 인쇄기가 빠르게 돌아가면 발색이 강해지지만, 마르면서 색이 먹어들어간단다. 그걸 고려해서 지금 색상이 좋은지를 판단해서 알려 드려야 한다. 기사님들에게 기가 눌릴까 봐 단호하게 결정해야 하는데도 자신이 없어지곤 한다. 누가 알겠는가 이게 최고의 결과인지.


그럼에도 인쇄소에는 뭔가… 흥분감이 있다. 


자극적이지만 신선한 잉크의 냄새와 무게감 있게 돌아가는 기계의 소음, 착착착 들어가서 찍혀 나오는 종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기계미’라는 것이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섹시하다.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인쇄 실제에 대한 공부를 해 보고 싶다. 기계를 만져가면서, 직접 찍어보면서, 그러면 디자인도 좀 더 잘하고 결과물도 잘 예측하고 판단할 수 있을 텐데. 


다음 주면 책이 나올 것 같다. 그 책을 서점에 입고할 즈음이면 논문도 어떻게 방향이 잡혔길 바라고, 다음 예정된 작업도 좋은 결과물로 클라이언트와 미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흥분과 긴장이 하루 종일 팽팽했고, 그래서 엄청나게 피곤한 날이었다. 그런데도 오래간만에, 드디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 날이었다.


오늘일기. 서울에 인쇄하러 갔던 날.

2012.04.19




/ 나의 독립출판 원정기


: 5월 19일(토) 저녁 6시

: 스몰톡프로젝트


안내

: 여행에서 만난 풍경들, 일상의 재밌는 구석들, 훌쩍 홀로 떠난 이국의 이야기들을 자신의 책으로 펴낸 사람들. 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자신의 책을 만들었을까? 어떤 과정의 길을 걷고, 어떤 일들을 만났을까?


독립출판(자가출판)으로 자신의 책을 펴낸 3인 - 이미영, 오세범, 현영석님을 모시고, 독립출판을 하게 된 계기와 과정에서의 좌충우돌 에피소드, 그리고 이후의 작업방향에 대해 스펙타클 하고도 소박하며 디테일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또한 관객분들과의 다이나믹하고 허물없는 Q&A도 펼쳐질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준비물

: 간단한 필기도구


코스

<어슬렁의 여행드로잉> by 이미영

<아이슬란드 여행기 3부작> by 오세범

<록셔리> by 현영석

관객과의 다이나믹 Q&A




3권을 만들어 서점에 입고하고, 텀블벅 후원자분들께 메시지와 함께 책을 보냈다. 생각보다 3권이 두껍게 만들어져 온몸이 부서져라 책을 짊어지고 다녔다. 백 권 가까운 책을 짊어지고 홍대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것이 ‘독립’ 활동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첫 책을 스몰톡프로젝트에 입고했을 때부터 흐릿하게 이야기가 오갔던 독립출판 세미나가 지난 5월 19일에 스몰톡에서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할 처지는 아니라서 걱정했지만 처음 책을 만들면서 했었던 고민과 실수들을 나누는 취지라는 점과 다른 책을 만든 분의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엄청나게 긴장되고 뭐랄까... 묘한 흥분감에 정신이 없었다.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나도 지난 일 년 동안 책을 만들던 시간을 돌아볼 수 있었고, 이야기하고 Q&A를 거치면서 오히려 내가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같은 목적으로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강렬한 에너지를 받고 돌아오는 밤 공기가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었다.


지난 일 년간.

자가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책과 종이라는 매체로 얼마나 오래 작업을 하게 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느새 시들해져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른 작업에 몰두하게 될지도 모른다. 엄중하게 생각해보면 책이라는 매체보다는 자가출판이라는 작은 규모의 소통에 열광했던 것 같다. 그게 그거라면 할 말은 없지만.


개성 있고 각자의 정체성이 뚜렷한 공간을 알게 되고, 자신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런 시장을 걱정하고 함께 창작을 격려하는 마음을 봤다. 작은 규모로 꾸준하게 행동할 수 있는 작업을 통해서 어떤 사람, 공간, 움직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겐 큰 의미가 있었다.


아 근데 이 포스터는 어떻게 마무리하지.

뭘 써도 미진하네...



@WorldofDDanjit

world-of-ddanjit.tistory.com




ICELAND TRAVEL 01 Making Poster

ICELAND TRAVEL 02 Making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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