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LAND TRAVEL 02 Making Poster
출간한/ICELAND TRAVEL 2012. 1. 25. 19: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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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살아가는 방식
자가출판 프로젝트가 그렇게 만들어진 책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다면, 책을 입고하면서 서점과 그 서점을 꾸려나가는 사람, 그리고 이 영역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갔다.
Small Talk Project는 한참 책을 여기저기 입고하다가 ‘독립 출판’으로 검색하다 알게 된 공간이다. 독립출판물도 위탁판매를 한다는데 어떤 책들이 있는지도 전혀 알 수가 없어 무턱대고 트위터로 물어보고 방문하기로 했다. 이제 막 시작된 스몰톡프로젝트는, 독립의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던 두 분이 독립 창작자들을 위한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면서 시작했다고 한다. 엄청나게 커다란 강아지 순리가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나는 5층까지 올라와서 땀을 뻘뻘 흘렸다. 스몰톡의 운영진 두 분도 처음 위탁제안을 받아서인지... 우리는 어색함을 감출 수 없었다. 뜨거운 커피를 얻어 마시며, 공간에 대한 소개를 듣고 내 작업에 대해 이야기도 했다.
자가출판물과 서점을 알게 되면서 발견한 어떤 살아가는 방식-자립적으로 창작하고 그것으로 먹고사는-이 나에게는 하나의 대안처럼 다가왔다. 자신도 독립적인 창작과 표현을 놓지 않으면서도 다른 창작자들과 함께하는 공간을 꾸려나가는 모습이 멋졌다. 몇 년 앞의 모습을 가늠하기 어려워 불안한 나에게 비슷한 마음으로 길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든든했다.
뭔가를 만들어 팔아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책의 가격을 매기고 시장에 내놓는 과정 하나하나가 충격이었다. 권당 20~30%의 수수료를 내거나 위탁비를 내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이런 말을 하면 입고처에서 되게 섭섭해하거나 화를 내실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그 수수료가 약간 아쉬웠다. (일반적인 서점은 훨씬 높은 비율로 수수료를 가져간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한마디로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판매되는지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서점을 다니면서 그것이 얼마나 철없는 생각인지 깨달았다. 자가출판 서점은 돈 많은 누군가가 취미생활로 만든 곳이 아니라는 것. 그런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 생산자가 유통자가 되고 동시에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는 개념을 한참 뒤에야 이해했다.
이런 출판물의 주 고객층은 누군가요?
사실 외국을 보면 소규모 자주출판물은 자주출판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구입하게 되는데, 우리 상황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어떤 분이 책을 넣으려고 서점에 오시면서 책을 사가시는 분은 정말 드물어요. 책을 만들면서 책을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가짜잡지를 만드시는 분은 정말 헤비 바이어인데 그게 정상이라고 봐요. 자기가 책을 사지 않는데 누가 자기 책을 사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죠. 그리고 책을 만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분명한 경계가 존재해요. 책을 만드는 방법, 책의 만듦새 같은 것이 틀려요. 트뤼포가 영화광에 대해서 말한 게 있어요. 영화를 좋아하는 첫 번째 방법은 본 영화를 또 보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고 세 번째 방법은 직접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책도 마찬가지에요. 책을 소비하지 않으면서 책을 만든다는 것은 앞에서 말한 첫 번째 방법을 건너뛰고 바로 세 번째로 넘어가는 거죠. 그렇게 했을 때 생산되는 좀 끔찍한 퀄리티의 책들이 있어요. 비평이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죠.
이안북스(IANNBOOKS)의 편집장님과도 책을 만든다는 사람들이 왜 책을 사지 않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죠. 사진집도 마찬가지라고 해요. 사진집을 만들려는 사람은 많은데, 사진집을 구입하진 않아요. 사진작가들은 더더욱 안 사는 것 같구요.
* What does "The Book Society" mean? - A question for Books and more Books 에서 발췌
소규모 자가출판 프로젝트를 하면서, 하나의 책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몰두했지 자가출판 시장과 맥락을 보고 접근하지는 못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결과물을 내고 싶다는 욕구가 이 시스템을 발견하면서 표출된 것이 이번 작업이었으니까. 한정된 시장과 예산 속에서 2권을 과연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이따금 들려오는 피드백에 어찌할 줄 모를 정도로 감사하고 놀랍기도 하고 그렇다. 어떤 식으로 이어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
(2011/09/16 02:06)
책을 만들었다고 홍보하자 한 친구가 나 살게! 해서 한권을 만나 전해주었다. 이 친구는 석사하면서 취미로 하던 동아리 밴드로 음반도 내고 공연도 하는 준프로인데, 내 취향과 다소 먼, 너무 센 노래라는 이유로 제대로 공연장가서 응원해주도 못했다.
23 Sep Favorite Reply Delete
그 친구에게 책을 내미는데 많이.. 부끄러웠다. 근래에 독립적으로 작업하시는 분들의 결과물을 많이 봤는데, 지지하고 싶은데 돈이 없으니까 그렇게 못했다. 커피값 야식값 그런건 쓰면서. 내가 지지하지 못하면서 그가 나를 지지하길 기대할 순 없잖아..
23 Sep Favorite Reply Delete뭔가를 만들어 팔아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책의 가격을 매기고 시장에 내놓는 과정 하나하나가 충격이었다. 권당 20~30%의 수수료를 내거나 위탁비를 내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이런 말을 하면 입고처에서 되게 섭섭해하거나 화를 내실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그 수수료가 약간 아쉬웠다. (일반적인 서점은 훨씬 높은 비율로 수수료를 가져간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한마디로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판매되는지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서점을 다니면서 그것이 얼마나 철없는 생각인지 깨달았다. 자가출판 서점은 돈 많은 누군가가 취미생활로 만든 곳이 아니라는 것. 그런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 생산자가 유통자가 되고 동시에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는 개념을 한참 뒤에야 이해했다.
그러니까 나는 자가출판물을 만든다고 하면서도 완전히 나 개인의 이익만을 생각했던 거다. 자가출판 시장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엄청나게 부끄러웠다. 어떤 사람들은 자가출판을 통해 자신이 이뤄내고 싶은 소통을 성취하고, 갈망했던 생존의 방식을 만들어가는데 나는 그저 이 시장을 통해서 뭔가를 팔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 뒤로 서점에 입고하러 갈 때마다 입고된 다른 자가출판물을 열심히 보고, 마음에 드는 책은 여건이 허락한다면 구입했다. 때로는 입고하는 책으로 얻을 수익보다 입고하면서 사온 책에 치른 값이 더 나가기도 했다.
내가 얼마를 벌 수 있는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이 창작방식(과 공간)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모르면서 나는 자가출판이네 독립출판이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거다.
@WorldofDDanjit
world-of-ddanji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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