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모든 여행은 작은 상자가 된다』

2011~2012년에 걸쳐 3권으로 출간하고 2014년 합본호로 엮었던 『ICELAND TRAVEL』의 개정판이자 여행 10년 기념판.

 

 

2009년에 다녀온 아이슬란드와 페로제도 여행을 여러 방식으로, 여러 번에 걸쳐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연재하듯 시리즈로 출간하기도, 지나버린 시간을 의식해 겹겹이 싼 단행본으로 엮기도 했습니다. 아이슬란드 여행 10년을 기념하는 『결국, 모든 여행은 작은 상자가 된다』는 글과 사진을 낱장으로 해체해 작은 상자에 담았습니다. (300 copies limited)

 

 

글은 챕터별로 나누어 9권의 아코디언 책으로, 71장의 사진은 7x7cm의 작은 카드부터 43.5x29cm의 포스터까지 다양한 크기로 프린트했습니다. 사진의 뒷면에 각주 표기된 Fig. 번호를 여행기와 대조하며 감상할 수도 있고, 무관하게 책갈피, 포스터 등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글과 사진은 순서대로 정돈되어 담겨있지 않습니다. 여행에서 가져온 티켓과 영수증 꾸러미를 모아놓은 상자처럼, 나중에는 뒤죽박죽이 뒤섞이고 유실되는 글과 사진도 있기를 바라며 만들었습니다. 10년 전의 기억은 이런 방식으로 겨우 엮일 수 있었습니다. (혹은, 엮이지 못했습니다) 

 

사양: 박스(160x160x50mm), 아코디언 책(접지 상태 94x128mm) 9권, 사진(70x70mm에서 435x290mm까지 8가지 크기) 71장, 

와이드 속지 (2011~2012년 판본과 2014년 판본의 서문과 후기 수록), 2019 서문 트레싱페이퍼.

 

 

2019. 서문

여행은 어떻게 남는가? 모든 것을 기억하겠다며 수집해 온 여행의 조각은 지퍼락에, 이케아 박스에 차곡차곡 담긴다. 대청소나 이사 중에 발견되어 다정한 향수를 발휘하기도 하지만 결코 일상을 이겨내지 못한다. 어떤 전시에 입장하기 위한 티켓인지, 어디에서 찍은 사진인지 생각해내는데 점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진다. 기억만큼이나 희미해진 영수증을 들여다보다 해석하기를 포기하고 뚜껑을 덮는다. 결국, 모든 여행은 작은 상자가 된다. 늙은 꼰대처럼 ‘내가 어딜 가봤는데 말이야’ 하면서 십 년이 된 여행을 끄집어내지는 말아야지 다짐했지만, 한편으로는 추억을 곱씹는 시간이 일상을 반짝이게 한다면 무엇이 나쁜가 하는 생각도 한다. 내 삶을 대표할 만한 순간이 될 것이 분명했지만 그보다 높이 비상하는 시간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믿었던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시 꺼내 본다. 그것은 이미 낱장으로 흩어진 지 오래였다.

 

 

 

(제11회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최초로 공개, 판매합니다. 추후 『ICELAND TRAVEL』이 입고되었던 서점을 통해 일반 판매도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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