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22

늦은 시간에 집을 나왔다. 봐야지 했던 영화는 시간표를 착각해서 놓치고, 요즘 돈도 없는데 영화를 꼭 봐야하나? 그냥 돌아갈까? 생각을 한참 하면서 광화문엘 갔다. 딱히 영화를 꼭 보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 보고 싶은 것도 아니고, 밖에 나오고 싶었지만 꼭 나가야 했던 것도 아니고. 69, 청춘, 25, 석사, 군대, 여행, 독립, 알바, 용돈... 과 같은 근래의 단어들 때문에 마음이 얌전히 앉아있질 못했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 끝나면 스낵랩 먹으면서 멍때려야지'라고 다짐했고, 실제로 영화가 끝나자마자 맥도날드로 향했다. 뒤에 앉은 남자애 둘은 기타를 들고 곡 편곡에 대해 열을 올리며 즐겁게 토론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부러웠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오늘의 낙이라기보다는 우울함에 어울리는 거 같지만, 이도저도 아닌, 행복도 불행도 아닌, 안정도 불안도 아닌 상태가 그 나름대로 맛이 있었다. 멍 때리고 있다가 버스 막차를 놓치고, 지하철도 놓칠까봐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달렸다. 두터운 웃옷 안까지 땀이 차 올랐고, 종아리는 얼얼했다. 오래간만에 이렇게 달려본 것 같아서 그마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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